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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모가 된다는 건..
    살림일기 2020. 6. 30. 00:16

    얼마전 동생네 부부집에 놀러갔다. 

    같은 도시에 대략 차로 15~20분 거리지만 서로가 살기 바빠 이렇게 부부끼리 만나기로 한 적은 없었다. 약간 핑계인 것 같기도 하다ㅋㅋ. 실은 생각보다 아직은 조금 어색했고 그리고 항상 친구들이 많은 동생 부부네 가는 게 그들이 바쁜데 민폐는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다.

    그래도 초대해 준 동생네가 고마웠고 신랑도 흔쾌히 따라 나섰다. 

     

    동생네 가는 날은 갑작스럽게 폭우가 쏟아졌다. 날씨도 우중충한대다가 나는 동생네 간다는 맘에 좀 편안하게 화장도 하지 않고 나갈 준비를 했고 신랑은 그래도 아직은 멋진 모습만 보이고 싶었던지 드라이도 하고 옷도 깔끔하게 골라 입었다. 폭우 속에도 그 전날 동생네 주겠다고 구입한 콜드브루 한 세트를 손에 꼭 쥐고 택시를 잡아 탔다.

     

    택시 안에서 온 동생의 전화 '언니, 나 일찍 나왔는데도 비가 와서 차가 많이 막히네ㅠ 나 조금 늦을 수도 있어!'

    동생 말에 따르면 제부는 오늘 연차까지 쓰고 우리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고 동생은 일찍 나왔지만 좀 늦을 수 있다는 것. 

    신랑에게 어색하지 않겠냐고 물어봤고 신랑은 '뭐 어때 가서 이야기하고 있으면 되지'라고 이야기 했고,

    나도 '실은 그냥 물어봤어'라며 씩 웃어보았다.

     

    택시 아저씨는 뭔가 우리가 모르는 지름길로 우리를 안내해서 폭우 속에서도 좀 더 빨리 도착했다. 신랑과 두 손을 꼭 잡고 우산 하나를 함께 쓰고 택시에서 내려 아파트로 저벅저벅 걸어갔다. 아파트 입구에 설치된 인터폰에 동생네 호 수를 누르고 벨을 눌렀다. 한참 아무 소리 없길래 '제부~'하고 인터폰에 얼굴을 대고 말을 했다. 소리없이 자동문이 열렸다:)

    자동문을 넘어 엘리베이터에 탄 우리는 비 속에 헝크러진 머리와 옷 매무새를 정리하고 다시 두 손을 잡았다.

     

    '열렸습니다' 하는 엘리베이터 소리와 함께 내려서 동생네 집으로 들어갔다.

    멀리서 '어서오세요~'라고 말하는 제부 소리가 들렸고 뭔가 배경음악처럼 깔아 놓은 것 같은 비긴어게인 ost와 함께 맛있는 냄새가 솔솔 났다. 

    동생에게 미리 전해 들은 바에 따르면 제부는 오늘 하루 종일 청소를 하고 이마트 트레이더스에 갔다고 한다. 가서 스테이크도 사고 와인도 샀다니 한결 더 기대가 됬다.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뒀지만 제부의 이마에는 땀이 송글했고 한 손에는 요리용 집게를 들고 있었다. 생각보다 좀 더 빨리 왔다며 잠깐 여기 앉아서 기다려 달라고.

    조금은 어색한 공기가 맴돌았지만 나는 자연스럽게 수저를 세팅하고 안부를 물었고 신랑도 능숙하게 대화를 이어 나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동생이 왔다.

    제부는 생각보다 많은 음식과 음료(?)를 준비했다. 나름 코스요리라며 스테이크부터 샐러드, 치킨, 스시까지 다양한 주류와 함께 우리의 입을 즐겁게 해줬고 고마운 맘에 웃음이 더 많이 났다. 일반적인 이야기부터 부부로서 할 수 있는 이야기까지. 생각보다 이야기는 끊이지 않았고 밤은 깊어갔다.

     

    그러다 나온 이야기.

    '언니네는 아이 가질 생각 있어?' 동생은 이전부터 아이 생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난 동생만의 생각이라 생각했다.

    신랑과 나는 아이를 많이 좋아하고 그래서 당연히 아이에 대해 어떻게 키울지 어떤 모습일까 등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

    '음.. 아직은 공부 중이라 안되지만, 여튼 2명은 생각하고 있지. 아들 하나 딸 하나면 좋겠다'

    예비 박사과정생인 신랑이 조금만 더 적응되고 그리고 우리도 삶이 조금만 더 안정적이면 가질 생각이었다.

     

    동생은 딩크족이 하고 싶단다. 물론 제부도 적극 찬성이라고 했다.

    둘다 좋은 커리어를 쌓고 있었고 이러한 삶이 좋다고 했다. 음.. 물론 절대 반대는 아니고 각자의 삶의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동생 닮은 조카는 너무 귀여울꺼 같아 아쉽지만.. 조카보다 난 내 동생을 더 존중하고 사랑한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삶 자체도 너무 바쁘고 힘들고 아이에게 들어가는 비용까지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러다가 최근에 보게된 유튜브 '룬룬's' 이야기가 생각났다. 

    서울 여자와 부산 남자가 만나 현재 일본에서 살고 있고 딩크족으로 대략 5년 살았다고 한다. 계획과 다르게 아이가 생겨서 낳아 키우고 있는데 지금 그 아이는 남인 우리가 보아도 너무나 이쁘고 부모가 얼마나 아이를 사랑하는 지 영상에서절절이 느껴진다. 동생에게도 그 이야기를 했다.

    너의 부부의 의견을 존중하고 남들의 눈치를 보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그래도 이러한 경우도 있다는 걸.

    (이 이야기 자체가 스트레스를 줬을려나..말하고 좀 후회했다. 그 순간은 이런 경우도 있다는 걸 그리고 생각과 다른 기쁨도 있을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나 보다. 여튼 동생도 이 유튜브를 현재 즐겨본다고 한다)

     

    그러다가 아이를 키우는 건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랑의 절친 부부는 3살난 남자아이를 키우고 있다. 부부 자체가 튼튼해서 그런지 맞벌인데도 주말마다 쉬지 않고 아이를 데리고 놀러 간다. 가까운 키즈카페부터 멀리 캠핑까지.

    참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신랑에게 골골 약골인 우리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라며 놀라워했다.

    그러다 드는 생각이.. '부모가 되면 그런 힘이 생기는 건가'라고 생각이 들었다.

    우리 부모님뿐만 아니라 주변에도 생각보다 약골인 부부들이 아이가 생기면 주말마다 어딜 가더라.

    아.. 아이를 낳고 나면 난 내 몸을 추수릴 수 있을까라며 걱정했던 내가 조금은 부끄러워 졌고 부모님이 보고 싶었다.

    내 아이가 어릴 때, 보다 많은 걸 보고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그 모습이 존경스러웠다.

    가부장적이고 지금도 주말에는 낮잠을 즐기시는 우리 아빠도 우리가 어릴 때는 다 같이 주말이면 자전거도 타고 

    경주에 김밥 싸들고 가서 술래잡기도 했다.

     

    그러면서 우리 부부를 되돌아 보게 된다. 우리도 잘 할 수 있을까?

     

    음.. 결혼 전 요리를 전혀 할 줄 몰랐던 나는 신랑과 살게되며 요리책과 레시피를 끼고 살았다. 맛 없어도 군말없이 열심히 먹어주는 신랑에게 고마웠고 맛있을 때 잘 먹는 모습을 보면 너무 행복했다. 그래서 더 열심히 그리고 다양한 요리를 시도했다. 미국에서 한국에 나 먼저 들어 올때도 미국에 좀 더 남아있다가 들어 올 신랑의 밥이 걱정되어 비행기 타기 직전까지 정말 많은 국과 반찬을 해서 냉장고에 얼려 두었다. 그리곤 비행기에선 몸살로 골골 앓았다.

     

    신랑은 잠자리 들기 전 꼭 내 책상과 이부자리를 정리해 주고, 눈 부시지 말라고 커튼까지 꼭 내려준다.

    그 외에도 손목이 아프면 파스부터 매일 영양제까지 잊지 않고 징징대는 내 입에도 꼭 넣어 준다.

    잘은 모르지만 아마 신랑도 나를 애틋하게 챙기는 것이 아닐까.

     

    이처럼 서로가 지금처럼 서로에게 애틋하고 따뜻하듯이

    우리가 너무가 사랑하는 우리를 꼭 닮은 우리 아이가 생긴다면 서로에게 하듯이

    그리고 그보다 더 많은 사랑을 줄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사랑을 주는 데에는 용기와 에너지가 필요하듯이

    지금은 약간 두렵지만 묵묵히 아이를 사랑으로 지켜주고 주말에는 열심히 놀아줄 수 있는 씩씩한 부모가 될 것이라 믿어 본다.

     

    따뜻하게 잘 키워주신 우리 부모님 그리고 시부모님께 또 한번 더 감사한 마음이다.

     

    우선은 영양제 잘먹고 둘이 손 꼭 잡고 매일 산책하며 우리의 건강부터 챙겨야 겠다.

    비가 와서 오늘은 산책을 건너 뛰었지만 내일은 비가와도 꼭 걸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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